Short(6)

 레베카 레비앙. 그(그녀?)는 자신을 그런 이름으로 소개했다. 뒤에 덧붙여 이야기하길, 자신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처음에는 레베카의 말을 믿지 않았다. 여자 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를 그런 기이한 사람의 말(이런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간 누군가를 나를 욕할지도 모른다.)을 어찌 믿는단 말인가. 아니, 어쩌면 기이하기에 조금 신뢰가 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어렴풋이 든 건 사실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봐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게 무슨 말이에요? 죽은 사람이라는 뜻인가요?」
 그는 나의 말을 들은 체 만 체 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당신이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당신은 지금 큰 위험에 처해있어요. 목숨이 위태롭다니까요?」
「저기요.」 나는 약간의 짧은 한숨을 내뱉은 뒤 말을 이어갔다. 「아까도 말했듯이, 나는 누군가의 원한을 산 적도 없고 어떠한 병에 걸려있지도 않아요. 요 근래 감기도 한 번 걸려본 적이 없다고요. 당신이 무슨 말 뜻은 잘 알겠지만, 나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아요.」
 도움이 필요없다는 말만 반복하는 내가 답답했는지 레베카는 연신 한숨을 내뱉으며 짜증스럽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답답한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남자 친구인 윌리엄과 예쁜 강이 보이는 카페에 가기로 했는데 이상한 사람이 말을 걸어 약속 시간에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약속 시간에는 절대 늦지 않을 내가 아침에 그와 맞춘 커플링이 보이지 않아 화장대를 뒤지다가 겨우겨우 반지를 찾아내고 5분이나 늦게 집에서 출발해 버렸다. 그러던 중 이 사이비 같은 사람을 만나 약속 시간을 15분이나 더 넘겨버렸다. 조급해하는 나는 신경도 안 쓴다는 듯 그는 나를 순순히 보내주지 않았다.